[리뷰] 새의 선물, 은희경 (스포 주의)
나는 삶을 너무 빨리 완성했다. '절대 믿어서는 안되는 것들' 이라는 목록을
다 지워버린 그때,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소재 10.0/9
필력 10.0/9.5
개연성 10.0/9.8
계 10.0/9.5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버렸네
ㅡ자크 프레베르, 새의 선물 전문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12살에 더이상 성장하기를, 성숙해지기를 멈추었다는 주인공의 독백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과거는 60년대 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처 받기 싫었기에.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깨닫게 된 소녀의 이야기다.
그녀의 이모는 정 반대의 사람이다. 어리고, 순진하며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두는 남들과 같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진희의 시각에서 분석되는 그녀는 알기 쉽고, 바보 같고, 천진난만한 때묻지 않은 소녀처럼 보여진다. 이모에게 닥치는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게 된다. 이모는 언제나 자신의 사랑이나 고민을 공유했고, 상처받으면 위로받을 수 있었다. 진희는 그녀를 보며, 철없기에 철없는 행동으로 슬퍼하면 더 동정 받는다. 성숙한 이는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되어지기에 동정을, 위로를 더 적게 받는다고. 자신은 밑지며 살아온 셈이라고 말한다.
진희는 사소한 것에 의미를 두고, 결국은 배신당하며 상처받는 그녀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부럽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부러움은 소설 곳곳에서 나타난다. 질투, 사랑 등... 그녀는 실로 조숙하게 그 일련의 모든 것들을 스스로 시작하고 끝내버렸다. 그것은 삶의 조롱이라고 생각하고, 냉소적으로, 의미를 두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후 담담하게 본인의 삶을,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있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았음을, 냉소적으로,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음을 그녀는 말하고 있다. 상처받기를, 성숙해지기를 거부한 그녀는 여전히 12살의 감옥으로 돌아가있으며 쥐를 바라보고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는 진희를 너무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녀의 안타까운 삶을 그녀는 어쩌면 냉소라는 것으로 이겨내고 살아왔을지는 몰라도 결국 '고통' 과 '성숙' 이 가져다주는 '선물' 은 결코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인물들에게도 조명하여 이야기를 써보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것 같아 여기서 리뷰를 마친다. 모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미워하기 힘든 인물들 (몇놈 빼고!) 의 이야기라는 것도 참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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